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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삶은 분주합니다. 매일 아침부터 시작되는 하루는 온통 할 일로 가득 차 있고, 그 모든 일정은 '해야 할 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업무를, 가정에서는 책임을, 사회에서는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는 쉼 없이 움직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아도 마음 한편은 허전하고, 성취감 대신 공허함이 밀려올 때가 많습니다. 무언가를 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었음을 문득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그럴 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런 삶 속에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긴 했던가?’ 또는 ‘언제부터 나는 쉬는 법을 잊어버렸을까?’ 취미는 그 질문에 대한 작지만 깊은 대답이 됩니다. ‘쓸모 있는 일’로만 가득한 삶에서, 아무 쓸모 없이도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여백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취미를 사치라고 느낍니다. 혹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만 누릴 수 있는 '부유한 사람의 전유물'로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취미는 그렇게 특별하고 값비싼 것이 아닙니다. 커피 한 잔을 내리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저녁 식사 후 색연필로 낙서를 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즐거운가', '지금 이 시간이 나를 회복시켜 주는가'입니다. 이 글은 그 여백의 가치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왜 우리는 취미가 있어야 하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이, 사실은 우리의 존재 방식과 삶의 질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물음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쓸모없는 것의 ‘쓸모’ – 취미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생산성이 기준이 된 사회
현대 사회는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가’, ‘얼마나 빠르게 결과를 냈는가’를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합니다. 효율성과 생산성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이 기준 안에서 취미는 어쩌면 ‘비효율적인 활동’, 혹은 ‘시간 낭비’처럼 여겨지기 쉽습니다. “그걸 해서 뭐해?”, “돈이 되느냐?”는 질문은 취미 앞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효율만을 따지는 순간, 삶은 기계의 흐름을 닮아갑니다. 인간에게는 여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여백은 생산성과 관계없는 활동 속에서 비로소 살아납니다.
‘쓸모 없음’이 주는 해방감
취미란, 오직 좋아서 하는 것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성과를 내지 않아도 스스로 몰입하게 되는 그 순간. 그 몰입의 경험은 해방에 가깝습니다. 목적이 없기에 더 순수하고, 평가 기준이 없기에 더 편안합니다. 취미를 즐기는 시간은 외부의 시선이 사라지고,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됩니다. 결국 취미는 ‘쓸모 없음’이라는 가면을 쓴 가장 본질적인 ‘자기 돌봄’의 형태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뇌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정을 환기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실제로 정신건강학 연구에서도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불안과 우울의 수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30분 책을 읽거나,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경험은 뇌의 보상 체계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회복 메커니즘입니다.
정신 건강과 자존감의 비밀 – 취미 속에서 회복되는 마음
취미는 감정을 정리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한다'고 말할 때, 대부분 외적인 활동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취미는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감정의 흐름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식물을 돌보거나, 음악을 듣는 그 순간, 우리는 복잡한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어떤 취미는 눈물 없이 흘러가지 못하고, 어떤 취미는 웃음 없이 지나가지 않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활동이 아닌, 감정의 치유이자 마음의 정돈입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가족과의 갈등,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쌓입니다. 이런 감정을 해소하지 않고 억누르면, 어느 날 폭발하거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취미는 이처럼 억눌린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조용한 산책 중 들려오는 바람 소리, 손끝에서 퍼지는 점토의 감촉, 좋아하는 음식을 요리하는 동안의 집중력. 이런 경험 하나하나가 내면을 다독입니다.
스스로에게 긍정의 말을 건네는 방법
취미를 통해 ‘잘 하고 있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성취라도 반복되면 그것은 자존감으로 이어집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좋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고, 내가 만족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건네는 활동은,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힘을 길러줍니다.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줍니다. 예를 들어 가죽 공예를 처음 접한 사람이 단순한 카드 지갑을 완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단순한 물건을 만든 기쁨을 넘어서 자신에 대한 신뢰로 확장됩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외부의 인정보다 내면의 확신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됩니다.
타인의 기준을 벗어나 ‘나만의 기쁨’을 찾는 시간
비교 대신 몰입, 성공 대신 기쁨
현대인은 비교 속에 살아갑니다. 누가 더 잘 살고 있는지, 누구의 삶이 더 완벽한지 끊임없이 확인하며 자존심이 흔들립니다. 하지만 취미는 비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몰입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게 합니다. 그리고 그 몰입은 ‘잘 하고 있는가’보다 ‘즐기고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만듭니다. 삶에서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기쁨입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성공하거나, 남들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취미는 그 연습장입니다. 그림을 그리며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르게 몰입하는 경험, 뜨개질 하나에 집중하며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 이런 시간들은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타인의 기준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줍니다.
‘나’를 위해 살아가는 연습
취미는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는 연습’입니다. 가족을 위해, 회사 일을 위해, 사회의 요구를 채우기 위해 살아온 하루 끝에, 단 30분이라도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일. 그것은 작지만 강력한 자기 선언입니다.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긴다.”라는 내면의 다짐은, 시간이 쌓이며 삶 전체를 바꾸는 힘이 됩니다.
자기 돌봄은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에게도 온전한 관심과 애정을 줄 수 있습니다. 취미는 그런 자기를 돌보는 구체적인 실천입니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 그 안에서 우리는 다시 사람다워질 수 있습니다.
취미는 삶의 질서를 회복하는 가장 조용한 혁명이다
취미는 사소한 일처럼 보입니다. 때로는 쓸데없고, 돈이 들며, 시간이 필요한 활동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가장 깊은 쉼을 경험하고, 가장 진솔한 나를 만납니다. 그것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조용한 혁명입니다.
취미는 우리의 시간표에 낙서처럼 들어오는 ‘불필요해 보이는 여백’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여백이 있어야 삶은 다시 숨을 쉽니다. 단단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쉼표가 필요하듯, 우리 인생에도 쉼표 같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바로 취미가 그 역할을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잠시 멈춰 묻기를 바랍니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웠는가?” 그 질문의 답은 아마, 당신이 다시 삶을 회복해 나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